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거래에서 안정적인 가치 척도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가운데 USDT, USDC, DAI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유지하고 운영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어떤 차이점과 장단점을 지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USDT 구조 : 준비금 기반 운영의 현실
USDT(테더)는 2014년 처음 시장에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도 거래량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USDT는 Tether Limited라는 민간 회사가 발행하며, 1 USDT는 1달러의 가치를 지닌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이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테더는 법정화폐(USD) 또는 그에 준하는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금이 실제로 1:1로 전액 현금으로 존재하는지는 지난 수년 간 큰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Tether 측은 USDT의 발행량만큼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산의 형태가 문제였습니다. 일부는 상업어음(commercial paper), 단기 채권, 회사채, 그리고 기타 유동성 자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사 현금(cash-equivalent)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완전한 현금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021년 미국 뉴욕 법무장관은 Tether와 Bitfinex가 사용자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벌금 및 제재를 부과했으며, 그 이후 Tether는 자산 구성 보고서를 점진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감사 기관의 외부 회계 감사가 아닌, 자체적인 '보증 보고서(assurance report)' 형식이기 때문에 신뢰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SDT는 세계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기본 거래쌍으로 제공되며, 높은 유동성과 호환성 덕분에 시장에서 널리 채택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환율 불안정 국가에서는 달러 대체 자산으로 실제 화폐보다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USDT는 법정화폐에 기반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완전한 투명성과 규제 준수에는 미흡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다만 실사용성과 글로벌 거래소에서의 지배력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실용성 중심의 스테이블코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USDC 구조 :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코인의 모델
USDC는 2018년 Circle과 Coinbase가 공동 설립한 'Centre' 컨소시엄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암호화폐의 가치 안정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과의 연결성, 투명성, 법적 규제 준수를 철저히 추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USDC 역시 1:1 미국 달러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며, 준비금은 FDIC 가입 은행 계좌에 보관되는 현금, 또는 미국 재무부 단기채권(T-Bills)과 같은 초안정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달 감사를 통해 외부 회계기관이 발행하는 투명한 준비금 보고서를 공개하여, 모든 사용자와 기관 투자자에게 신뢰를 제공합니다.
특히 Circle은 미국 금융 당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는 USDC를 연방 규제를 받는 디지털 달러 인프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USDC가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 결제 실험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Visa와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도 Circl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USDC를 테스트 중입니다.
기관 투자자나 전통 금융권에서는 투명성과 규제 준수 여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USDC는 이들과의 연결성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완전한 탈중앙화보다는 '규제 친화적 중앙화 모델'이라는 비판도 일부 존재합니다. 발행 기관의 통제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나 검열 저항성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USDC는 가장 제도권에 가까운 구조와 운영을 보여주며, 투명한 보고 체계, 신뢰할 수 있는 담보 자산 구성, 규제 협력 의지를 갖춘 스테이블코인으로 평가됩니다.
DAI 구조 : 탈중앙화 담보 시스템의 진화
DAI는 앞선 두 스테이블코인과 완전히 다른 철학과 구조를 기반으로 탄생했습니다.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DeFi) 프로젝트인 MakerDAO에서 운영하는 DAI는 중앙 발행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스마트 계약과 커뮤니티 거버넌스에 의해 자동으로 운영됩니다. DAI는 1 DAI = 1 USD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담보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즉, 사용자가 ETH, USDC, WBTC 등 지원되는 자산을 스마트 계약에 담보로 예치하면,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DAI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은 보통 150% 이상의 과잉 담보 구조를 유지해야 하며, 담보 가치가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자동 청산이 이뤄집니다.
DAI의 강점은 완전한 탈중앙화와 사용자 주권의 보장입니다. 발행과 관리 모두 스마트 계약으로 이루어지며, MakerDAO의 거버넌스 토큰(MKR) 보유자들이 시스템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리스크 관리 정책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DAI는 구조적으로 복잡하며,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 대량 청산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페깅 유지가 어렵거나, 일시적인 가치 하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DAI가 1.1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며 가치가 일시적으로 왜곡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USDC와 같은 중앙화 자산을 일부 담보로 받아들이면서, DAI의 '완전 탈중앙화' 철학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MakerDAO는 새로운 구조 개편(Maker Endgame)을 준비 중이며, DAI를 좀 더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DAI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탈중앙화 금융 실험의 핵심으로 평가되며, 미래 디지털 경제에서 자율적 화폐 모델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디지털 자산의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USDT, USDC, DAI는 각각 서로 다른 철학과 구조를 통해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USDT는 유동성과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투명성에서 한계를 보이며,
- USDC는 규제와 제도권 통합을 바탕으로 신뢰성과 기관 수용성이 높고,
- DAI는 탈중앙화된 미래 화폐 모델로서 디파이 생태계의 핵심 자산입니다.
투자자나 사용자로서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할 때는 단순한 가격 고정 기능 외에도, 담보 구조, 발행 기관의 신뢰도, 거버넌스 방식, 그리고 사용 목적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각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