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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투표기술, 왜 아직 보급이 더딜까?(기술, 제도, 사회)

by psiworld 2025. 11. 6.

블록체인 투표기술 관련 사진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선거와 같은 공공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위조 불가능한 기록과 탈중앙화된 구조 덕분에, 블록체인이 차세대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의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측면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블록체인 투표 기술은 여전히 시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본 글에서는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봅니다.

기술적 한계와 실현의 어려움

이론상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 시스템은 기존의 어떤 시스템보다 투명하고 안전합니다. 탈중앙화된 기록 구조 덕분에 누구도 임의로 정보를 수정할 수 없으며, 모든 투표 내역이 영구적으로 저장되어 결과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여러 기술적 제약이 따릅니다.

첫 번째 한계는 비밀 투표 보장의 어려움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비밀 투표’입니다.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어야 하며, 이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데이터를 노드에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이나 방식으로 분석할 경우 개인의 투표 성향이 간접적으로라도 유추될 위험이 있습니다. 해시값으로 익명화를 하더라도, 반복된 패턴이나 메타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표자 식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두 번째확장성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은 구조상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느립니다. 특히 공공 블록체인은 노드 간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선거에서 수백만 건의 투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네트워크 지연과 처리속도 저하가 불가피합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해도, 네트워크 유지비용 및 성능 최적화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세 번째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 취약성입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조건을 수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지만, 이는 코드 오류나 취약점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투표 시스템은 ‘완전한 정확성’이 요구되는데, 개발자의 실수나 해커의 공격에 의해 단 한 표라도 왜곡된다면 전체 선거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철저한 코드 감사와 반복적인 테스트가 필수지만, 이 또한 도입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진입 장벽이 됩니다.

제도와 법률의 부재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수용할 제도와 법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전자투표 자체에 대해 명확한 법적 정의나 규정이 부재한 상황이며,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그보다 더 복잡하고 새로운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도입이 더욱 어렵습니다.

첫 번째법적 인프라의 미비입니다. 현재 선거법 대부분은 종이투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전자적 방식에 대한 조항은 보조적 개념으로 간주됩니다. 특히 블록체인과 같이 검증 주체가 다수로 분산되어 있는 구조는, 기존 중앙집중식 감시·통제 시스템과 충돌합니다. 예를 들어, 개표의 무결성을 인증하고 결과를 공식화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두 번째책임소재의 불명확성입니다. 전통적인 투표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거관리위원회나 관련 공무원이 그 책임을 지고 절차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은 개발사, 운영사, 노드 운영자 등 다양한 주체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이 분산되고, 구체적인 책임자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기관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국제적인 법적 기준의 부재입니다. 선거는 국가의 주권에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술 표준이나 협의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각국은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제각각의 기준과 방식으로 운영하게 되며, 상호 간 신뢰 문제, 해킹 위험성, 데이터 주권 문제 등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제 선거 협의체나 UN 산하의 공동 규약이 없다면 블록체인 투표의 세계적 확산은 어렵습니다.

사회적 신뢰 부족과 대중 인식의 격차

기술과 제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고 쓰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의 도입이 더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 전반의 신뢰 부족낯선 기술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첫 번째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비트코인과 연관되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경우도 많고, 기술적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큽니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비 IT 직군의 경우 투표 과정이 복잡해지거나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는 곧 선거 참여율 하락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불안입니다. 전통적인 투표에서는 내가 직접 용지에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으며, 결과가 집계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시스템은 모든 것이 디지털 공간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과정의 신뢰’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보안성과 무결성이 아무리 높아도, 그것이 어떻게 검증되는지에 대한 체감적 설명이 부족하면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사회적 합의와 교육의 부재입니다. 기술 변화는 필연적으로 사회 전반의 교육과정, 정책 홍보, 공론화 과정을 수반해야 하지만,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에 대한 공적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몇몇 기술 기업이나 연구기관 중심의 실험에만 그칠 뿐,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공론화나 시범 도입은 드뭅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 투표는 아직 ‘미래 기술’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결국,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새로운 시스템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신뢰, 교육, 접근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블록체인 투표 기술이 실질적으로 보급될 수 있습니다.

결론 :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와 제도가 우선

블록체인 투표 기술은 분명 현대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기술이 실질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법, 사회 인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확장성과 보안 문제, 프라이버시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아키텍처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이에 맞는 책임 구조와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교육, 시범사업,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지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궁극적인 핵심은 사람들의 신뢰와 참여입니다. 블록체인 투표 기술의 보급을 위해서는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정치적 의지, 제도적 설계, 사회적 공감대라는 3박자가 균형 있게 마련되어야 할 때입니다.